요즘의 나는 조금 낯설다.
거울 속 내 얼굴이.. 예전 같지 않다.
예쁘고 안 예쁘고를 떠나서, 내가 아닌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분명히 더 강해지려 했고, 단단해지려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어쩐지
내가 가진 고유한 결이 흐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원래 부드러운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생각보다 단단한 사람이었을까.
나는 유순했을까, 아니면 사실 내 안에 날카로움이 더 많았던 걸까.
이런 질문들을 요즘 자주 하게 된다.
아마 나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에 조금 더 신경 쓰고 있었던 것 같다.
‘약해 보이면 안 되지.’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아야 해.’
‘나를 지켜야 하니까, 쎄져야 해.’
이런 생각들을 스스로 되뇌던 어느 날
불쑥 든 감정이 있었다.
“이러다 나, 흑화되는 거 아닐까?”
그리고 그 순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흑화.
원래는 멋지게만 들렸던 말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더는 당하지 않고, 더는 속지 않으며,
어떤 감정에도 휘둘리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대견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그 길을 걷다 보니,
내가 가지고 있던 말투가 달라지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무심한 듯 보이려고 애쓰는 내 모습이 어딘가 서글퍼졌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나는
단단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상처받는다.
스스로 만들어낸 ‘결기’가,
나의 고유한 ‘결’을 덮고 있는 것 같아서.
하지만
이 결기를 내려놓을 수도 없다.
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무장이고,
나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생존의 태도니까.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나를 지켜내야 할까.
어떻게 결기를 품되
결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지금
내 안의 부드러움과 단단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요즘 내 얼굴에, 말투에,
예전과는 조금 다른 기운이 배어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낀다.
그런 변화를 마주할 때마다
마음 한켠이 스르르 멍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강함’ 역시 내 안에 원래 있던 감정이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나는
강한 동시에 부드러운 사람일지도.
그러니,
굳이 어느 한 쪽으로 나를 고정하지 않기로 했다.
어느 날은 부드럽게 말하고 싶고,
어느 날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선을 긋고 싶다.
그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게
지금의 나다.
흑화가 아니라
내 안의 결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그걸 스스로 아끼고 싶어진 것뿐이다.
나조차도 아직
내가 누구인지 완전히는 모르겠지만
나로서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이렇게 흔들리며 걸어가고 있다.
강해지는 건 선택이지만
내 안의 따뜻함을 잃지 않는 건 더 어려운 선택이다.
오늘도 나는
그 두 사이에서 조심스레 중심을 잡아간다. 휘청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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