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내렸다.
아무것도 특별한 날은 아니었지만
커피가 추출되는 그 조용한 순간 속에서
내 마음도 함께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옆에서는 아이 목소리가 들리고,
싱크대에는 설거지가 쌓여 있고,
내 머릿속에는
오늘도 내가 얼마나 서툴렀는지에 대한 생각이 가득하다.
나는 자주 흔들린다.
엄마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아이에게 더 따뜻하게 대하지 못한 날이면
마음이 금방 무너지고
감정이 엉킨 채로
괜찮은 척 웃는 날이 더 많다.
그리고 그런 나를 바라볼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엄마라는 이름 안에서
나는 여전히 서툴고,
가끔은 지치고
가끔은 그냥 멈춰 있고 싶다.
하지만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흔들린다는 건
내가 여전히 이 역할에 진심이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잘하고 싶은 마음,
상처주고 싶지 않은 마음,
어떻게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그 마음이
나를 이렇게 민감하게 만드는 걸지도.
그래도
그 흔들림을 그대로 안고
나는 다시 한 걸음 걷는다.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나를 놓지 않으려 애쓰는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커피도
처음부터 진한 건 아니다.
적당한 온도
적당한 기다림이 있어야
제 맛을 낸다.
나도 그렇다.
쉽게 뜨겁지도, 쉽게 식지도 않지만
시간을 들이면 들일수록
조용히 마음을 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완벽한 엄마가 아니어도,
멋진 사람으로 살지 못해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그래도 그 사람, 따뜻했어.”
하고 남을 수 있다면
그걸로 오늘 하루는 충분하다.
오늘도
흔들렸지만,
그래도 나는 다시
한 걸음 걷는다.
이 커피처럼,
조용히,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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