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기의 시간

마라톤을 달리는 사람들은 압니다.
진짜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가 아니라
언제 ‘숨을 고르느냐’라는 사실을.

달릴 수 있음에도 일부러 속도를 늦추고
워터존에서 물을 마시며 심호흡을 합니다.
쉬기 위해서가 아니라 끝까지 달리기 위해서.

인생도 마찬가지 같아요.
우리는 때때로 멈춰야 더 멀리 갈 수 있는 법이죠.
멈춤은 후퇴가 아니라
내 안의 리듬을 회복하는 숨고르기입니다.

우리는 종종 ‘쉰다’는 말을 너무 가볍게 써버립니다.
지쳤을 때, 벅찰 때, 혹은 도망치고 싶을 때—“그냥 좀 쉴래.“라는 말로 상황을 얼버무리곤 하죠.

하지만 진짜 쉼은 단순한 멈춤이 아닙니다.
쉼은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한 내 안의 호흡을 고르는 시간입니다.

마치 마라톤 중간의 워터존처럼
잠시 걸어가지만 경기를 그만두려는 건 아니듯이
쉼은 포기와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더 멀리, 더 단단히 나아가기 위해
몸과 마음이 준비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죠.

멈춘 것 같지만, 멈춘 게 아니었다

우리가 숨을 고를 줄 아는 사람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처음엔 불안합니다.
“지금 내가 이대로 멈춰도 괜찮은 걸까?”
“이러다가 영영 나아가지 못하는 거 아닐까?”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조용한 고요 속에서
문득 깨닫게 됩니다.
쉬는 시간이, 내 안의 중심을 다시 붙잡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오히려 쉬지 않고 계속 달릴 때, 우리는 중심을 잃곤 하죠.
속도에 매몰되어 방향을 잃고,
결국 어느 지점에서 멈춰야만 한다는 경고를 받습니다.

그보다 더 지혜로운 일은
스스로 숨을 고르는 능력을 갖는 것.
누가 멈춰주기 전에, 내가 나를 멈춰주는 것.

쉼의 기술

쉼에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저 널브러져 있는 것과
제대로 숨을 고르는 건 완전히 다릅니다.

하루에 10분이라도 좋아요.
잠시 눈을 감고,
지금 내 몸의 긴장감이 어디에 몰려 있는지,
마음은 어떤 감정에 붙잡혀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그건 감정을 밀쳐내는 것도, 억누르는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내가 나를 돌보는 가장 조용한 방법이죠.

그렇게 숨을 고르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이상 숨이 가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달리기도, 멈춤도 모두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자유 속에 있다는 걸요.

그리고, 다시 나아가기

쉼은 끝이 아니라 전환입니다.
나는 잠시 멈췄고,
그 사이 조금 더 단단해졌으며,
이제 다시 나아갈 힘이 생겼다는 뜻이니까요.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흘러가도
나는 내 호흡을 믿기로 했습니다.
불안보다는 숨 고르기를,
조급함보다는 고요함을 선택하기로.

그건 결코 ‘느림’이 아니라,
진짜 ‘속도’를 찾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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