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수업 중,
강사님이 내게 조용히 말했다.
“숨을 너무 참기만 하시네요. 숨을 쉬셔야 해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다.
몸에 대한 말이었지만,
어쩐지 마음을 향해 날아든 조언 같았다.
나는 스스로를 정돈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다.
흐트러짐을 견디지 못하고,
늘 선을 긋고, 기준을 세운다.
이건 괜찮고, 저건 아니고…
이 관계는 이렇게,
저 감정은 이쯤에서 멈춰야 하고..
그렇게 선을 많이 긋다 보면
안정감은 생긴다.
무엇을 허용하고,
어디서 멈출지 정해져 있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선들이
언젠가부터 나를 보호하기보다는
나를 고립시키는 벽처럼 느껴졌다.
나는 숨도 안 쉬고 버텨온 것 같다.
관계를 정의하려 애쓰고,
말 한마디, 감정 하나까지
정리된 상태로 두려 했던 시간들.
그게 실은
삶이 흐르는 걸 견디지 못한,
조급하고 불안한 방식의 통제였다는 걸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된다.
필라테스에서 ‘숨을 쉰다’는 건
단순히 산소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걸 넘어서,
몸의 중심(코어)을 인식하고,
움직임의 리듬을 찾아가는 일이다.
호흡이 끊기면 자세도 무너지고,
긴장한 근육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숨을 쉬어야
움직임이 살아난다.
삶도 그렇다는 걸
몸이 먼저 알려준 것 같다.
나는 너무 오래
숨도, 감정도, 삶도
참아가며 버티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평론가 이동진씨는 말했다.
“삶을 통제할 수 없다.
통제하려 애써도 결국 우리는
흘러가는 대로 살게 된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내 안의 견고했던 기준들에
조용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조금씩 숨이 들어왔다.
힘을 빼도 괜찮을까.
선을 내려놔도 괜찮을까.
나는 지금
그 연습을 하고 있다.
감정을 판단하지 않고,
관계를 정의하지 않으며,
내 안의 기준들에
스스로 벌주지 않는 일.
쉽진 않지만,
이 연습이
나를 덜 조이고,
조금은 더 살아 있게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완벽함보다는
진심으로.
정의보다도
흐름 쪽으로.
그렇게
조금 흐트러져도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다.
그리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백하자면.....
나는 여전히
예전의 방식을 쉽게 바꾸지 못할 것 같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고,
그걸 깬다는 건
어쩌면 나에게는
조금 버거운 용기일지도 모른다.
그런 내가
안타깝기도 하고,
조금은 한심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나처럼 그렇게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또 끄적여 본다.
조금은 더 유연하고,
조금은 더 숨 쉬는 삶을 선택하기를.
나는 아직 연습 중이지만..
그 연습 안에서 조금씩 살아지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나보다 더 가볍고 따뜻한 방식으로
이 삶을 숨 쉬듯 살아가길,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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