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라는 자산을 현명하게 쓰는 기술
가끔은 관계맺기를 경매에 비유하면 너무 딱 맞아 놀라울 때가 있다. 우리는 모두 마음이라는 자산을 들고, 누군가를 향해 입찰서를 쓰는 존재다. 그리고 그 자산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써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더 적게 다치고, 더 건강하게 관계를 오래 지켜간다.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은 절대 외형만 보고 입찰하지 않는다. 겉만 번듯한 물건에는 종종 하자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관계도 같다. ‘잘생겼다’, ‘다정하다’, ‘설렌다’는 건 외형일 뿐. 정말 중요한 건 그 사람의 이전 관계 이력, 사람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감정적 경계선이 분명한가이다. 이걸 확인하지 않고 감정만 앞세우면? 현장 조사 없이 낙찰받은 경매 물건처럼, 들어간 순간부터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툭툭 터져 나온다.
경매에는 반드시 입찰 상한가가 있다.
마음에 든다고 무조건 최고가를 써내는 사람은 좋은 투자자가 아니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내가 무너질 만큼 쏟는 감정은, 건강하지 않다. 이 감정의 한도는 내 마음이라는 자산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투자자의 원칙이다.
경매로 좋은 물건을 낙찰받았다고 끝이 아니다. 관리하지 않으면 하자 생기고, 가치도 떨어진다. 관계도 같다. 마음 쏟는 건 시작일 뿐, 서로의 관리가 함께 따라가지 않으면 결국 한 사람만 ‘관리비’를 내는 구조가 된다. 일방적인 감정 소모는 결국 적자다. 좋은 관계는 공동 운영이 가능한 구조에서 만들어진다.
경매 물건을 받을 땐 등기부등본부터 본다. 전세권, 근저당, 가압류 같은 권리가 얽혀 있으면 신중해져야 한다. 감정도 그렇다. 아직 감정 정리가 되지 않은 사람, 과거 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사람은 ‘말소되지 않은 매물’일 수 있다. 서류는 없지만, 그 징후는 말과 태도, 관계 맺는 방식 속에 분명히 드러난다.
경매 투자자는 항상 플랜 B를 생각한다. 낙찰받은 물건이 마음처럼 안 될 땐 임대, 매도, 리모델링까지 고려해야 한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모든 관계가 잘 이어지는 건 아니다. 때로는 거리 두기, 멈춤, 혹은 완전한 종료가 필요하다. 무조건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집착은 오히려 더 큰 감정 손실을 부른다.
결론적으로 감정도 하나의 자산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이렇게 말하고 싶어졌어요.
“난 감정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그 감정을 어디에 쓰는지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감정은 단지 설레는 일이 아니라,
관리하고 회복이 가능한 파트너십이길 바라요.”
“나는 지금, 감정을 낭비하지 않고
진짜 낙찰받을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끔은 이런 걱정도 듭니다.
“혹시 너무 계산적인 사람처럼 보이진 않을까?”
“감정을 경매처럼 따지는 게, 진짜 사랑과는 멀어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럴수록, 더 조용히 차분해지려 합니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먼저 나를 지키는 법부터 배워야 하니까요.
우리가 정말 지켜야 할 건
‘순수한 감정’ 자체가 아니라,
그 감정을 소중히 다루는 나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감정은 단순히 느끼는 것이 아니라,
현명하게 운용하는 감정의 기술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우리,
감정의 열기에 눈이 멀기 전에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내 마음은 자산이고,
지금 이 사람은…
진짜 낙찰해도 괜찮은 매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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