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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 사람은 왜 사과하지 않을까> #1

by 아늑한 의자 2025. 5. 1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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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지친 당신에게, ‘나르시시즘’을 공부한다는 것

오늘은 조금 지쳤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긴 대화를 나누고 나면, 몸이 아픈 것보다 더 깊은 피로가 찾아온다.
감정은 엉키고, 에너지는 소진되고, 결국엔 쓰러지듯 잠에 빠져버렸다.
눈을 떴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설명해야, 이 마음이 전달되는 걸까?”
말이 안 통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애초에 말이 아니라 방어였는지도 모른다.
마치 내가 잘못한 사람이 된 듯 몰아가는 말들 속에서
내 감정을 해명하고 증명하느라 하루의 대부분을 써버렸다.
살다 보면, 우리는 누구나 삶이라는 긴 여행 위에 놓인다.
여행처럼 설레는 순간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우회로와 예기치 않은 정차도 따라온다.
그럴 때마다 “이 길이 맞는 걸까?” “돌아갈 수 있을까?” “나는 좋은 선택을 한 걸까?” 같은 질문들이 고개를 든다.
그리고 바로 그런 시기에, 내가 우연히 만나게 된 책이 있다.
윤서람 작가의 이 책이다.
무례한 사람들, 도무지 소통이 불가능한 이들과의 관계에서 소진되는 내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막막했던 내게 그 채널은 마치 지도처럼 방향을 알려주었다.

 

관계의 피로, 그 근원에는 ‘나르시시즘’이 있다

우리는 모두 ‘힘든 사람’을 만난다.
하지만 그 사람이 단순히 예민한 성격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조작하고 비난을 쏟으며 죄책감 하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윤서람 작가는 그런 유형을 명확히 짚어준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나르시시스트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갈등을 즐기며, 문제를 타인에게 전가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른처럼 보이지만, 실은 내면이 성장하지 못한 ‘정서적 12살’에 머물러 있다.
프랑스 심리치료사 크리스털 프티콜랭은 이들의 정신연령이 실제로 그렇다며 “대단하게 보지 말라”고 조언한다.


당신을 지배하려는 사람들

나르시시스트는 연애에서도 전형적인 패턴을 보인다.
초반엔 과도한 사랑 표현(러브바밍)으로 상대를 무장해제시키고 신뢰를 얻고 나면 점점 상대를 깎아내리고 조종하려 든다. 그 관계는 신뢰와 존중이 아닌, 서열과 지배 구조로 흘러간다.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
“예전엔 안 그랬잖아.”
하지만 그들은 사과하지 않는다.
대신 당신의 말을 ‘거짓말’로 몰아가며, 자기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리고 당신이 지쳐서 등을 돌리려 할 때 다시 러브바밍을 시작한다. 모든 것이 그들의 계획 안에서, 감정 안에서 움직이게 하려는 지독한 조종이다.


그들과 거리 두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기술

책은 그들을 대할 때 우리가 반드시 익혀야 할 생존 전략도 알려준다.

  • 그레이락 기법(Grey Rock): 감정을 배제하고,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태도로 대하기.
  • 표정 없는 단호함: “예민하게 군다”는 말에는 “그럼 예민하게 굴어볼까?” 한마디만.
  • 기록하기: 문자, 이메일 등으로 증거를 남기며 자신의 입장을 지키는 습관.

이 모든 기술의 핵심은 하나다.
“나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다.”
이 단단함을 보여주는 것, 그게 가장 강력한 방어다.


나를 먼저 잘 돌보는 것, 그게 시작이다

윤서람 작가는 말한다.
“상처가 깊다면, 어떤 사명도 내려놓고 나 자신을 먼저 잘 쉬게 해줘야 한다.”
관계에서 소진되고, 혼란에 빠질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누구를 바꾸려는 노력보다 나 자신을 지키는 기술이다.


다락방 마무리

오늘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앞에서 감정이 부서졌고 그걸 추스르느라 하루를 거의 다 써버렸다.
그런 날에 이 책은 다시 한 번 내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게 너의 잘못이 아니야.”
사람을 미워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대신, 사람 속에 숨어 있는 나르시시즘을 미워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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